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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무뎌지고 싶지 않습니다, 모든 것에 아파하고 모든 것에 슬퍼할거예요.”

스물세번째 밤 2025. 2. 16. 07:48


세상이 날카로운 무뎌짐을 요구한다고 해서, 나는 그 무뎌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. 모든 것에 아파하고, 모든 것에 슬퍼하는 내 감정들이야말로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창문이라고 믿는다. 때로는 이 감정들이 너무 벅차서 눈물이 터지고,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. 그럴 때면 우리는 “이 아픔이 영원히 사라지길” 바라는 순간도 있다. 하지만 언젠가, 모든 아픔과 슬픔이 지나가고 나면, 그때는 오히려 지금의 감정들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.

어릴 적 나는 어른이 되어 세상을 당당히 살아가고 싶어 했다. 어른이 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고, 눈물 없이도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.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, 정말 어른이 된 내가 문득 깨닫는다.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, 오히려 그 고통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, 또 잃어버린 순수함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사실을. 아이였을 때의 날카로운 감정들, 아픔 속에서 피어난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내게 진정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.

우리는 때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, 너무나 아파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. 그 순간엔 감정이 없어지길 바랄 때도 있다. 하지만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, 무뎌지게 된다면 결국 우리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. 왜냐하면 아픔과 슬픔, 그리고 그 속에서 울어내는 눈물들은 우리를 성장시키고, 한층 더 깊은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소중한 요소이기 때문이다. 우리가 겪는 모든 감정은 때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겠지만,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,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갈 것이다.

어른이 되고 나면, 누구나 어느 순간 다시 아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. 어릴 적 순수했던 마음, 모든 것에 열정적으로 반응하던 그 감정들이 결국은 가장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. 우리가 성인이 되어 삶의 무게에 눌리고, 때로는 감정에 무뎌지더라도, 언젠가 그 시절을 돌이켜보며 “그때는 정말 솔직하게 울기도 하고, 아파하기도 했었지”라는 미소를 지을 날이 올 것이다. 그때의 아픔과 슬픔, 눈물은 지금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었고, 앞으로의 나에게도 따스한 위로가 될 것이다.

결국, 우리는 온전히 살아있기 위해 아프고, 슬퍼하며, 때로는 눈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. 그런 감정들이 바로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흔적이기 때문이다. 감정에 솔직해지면, 때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플지라도, 그 모든 경험들이 모여 우리를 더 깊고 넓은 세상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. 그래서 나는 오늘도, 그리고 내일도, 모든 것에 아파하고, 모든 것에 슬퍼할 것이다. 그 감정들이 있어야만 진정한 나를 느낄 수 있으니까.

아마도 언젠가는, 감정들이 무뎌진 상태에서 지나간 아픔을 회상하며 “그때의 나도, 지금의 나도 모두 소중했어”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.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감정의 파도를 거부하지 말고,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자. 그 모든 감정이 결국 우리를 더욱 풍요로운 인간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.